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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music note

카라얀 - 데카 박스

by iMac 2009. 10. 5.



이 박스는 여러 해 전에도 다른 커버사진으로 발매된 적이 있었는데 작년 카라얀의 해를 맞아 위와 같은 모양으로 다시 발매되었다. EMI의 엽기적인 박스도 장만한 마당에 이걸 마다할소냐... 들여놓은지는 꽤 되었는데 아직까지도 제대로 다 들어보지는 못하고 있다는.

아무튼... 주지하다시피 카라얀의 디스코그래피는 EMI와 DG가 양분하고 있고 데카는 물론 유명한 오페라 음반을 여럿 남기고 있기는 하지만 순수 관현악 작품은 좀 드문 편이다. 1959년에서 65년까지의 사이에 빈 필하모니와 함께 데카에서 녹음한 관현악 작품 녹음의 전집이라고 하는데 EMI와 DG사이에 끼어있는 귀중한 틈새의 기록이라 하겠다.

시기적으로 볼 때 카라얀의 진정한 전성기 시절  빈 필과 함께 한 알짜배기 기록들이라 하겠는데 64년이후부터는 빈 국립가극장과 불편하게 관계를 마감하면서 70년대 후반까지 빈 필과의 관계도 소원해졌기에 더더욱 희귀한 기록이라 하겠다.

존재 자체도 'rare'하지만 실제 그 내용도 앞서 말한대로 카라얀의 전성기 시절의 기록인지라 만만치가 않다. 같은 무렵 베를린 필을 지휘한 연주와도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오케스트라의 색감에 있어 차이를 보여주기 때문에 상당히 흥미진진하다.

이 세트에는.. 아무리 찾아봐도 이번에 새로 출시하면서 새롭게 '리마스터'했다는 문구가 보이질 않는다. 내가 못찾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보이지 않는데 음질은 그리 나쁘지 않다. 오히려 최근에 어설프게 발매한 오리지널스 시리즈보다 낫게 들리기도 하는데 저 유명한 홀스트의 '행성' 녹음이 그렇다.


리마스터링 발매는 처음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무척 기대하면서 구입했던 음반인데, 기대 이하였다. LP로 이 음반을 가지고 있는 분들의 이야기는 뭐, 늘 그러하듯 정말 비교가 안된다는 것이지만 리마스터되었다고 표시된 이 음반이 들려주는 소리는 전집 세트에 포함된 음반만 훨씬 못하다. 첫곡인 '화성'을 예로 들면, 깔끔하게 다듬어지긴 했으나 대신에 작품 특유의 그 무시무시한 감흥이 깡그리 날아가버려서 정말 밋밋하기 그지없다. 그에 비해서 전집 속의 음원은 '흐름'이 분명하게 살아있어서 훨씬 박력이 넘친다. 같은 녹음을 이렇게 다르게 다듬어 놓을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놀랍지만 어쨌든 사실이다. 아니, 적어도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내 귀에는 그렇게 들린다.

그러고 보면 오리지널스 시리즈중에 전부는 아니지만 후기로 갈수록 리마스터링한답시고 예전 발매분보다 오히려 소리를 더 망쳐 놓은 경우가 종종 보인다. 언제고 한번 모아서 정리해봐야겠다.

이야기가 딴데로 잠시 샜지만~ 아무튼 결론은 추천할만하다. 모차르트는 예상대로 그저 그렇지만 40번은 작품의 스타일상 나름대로 들어줄만 하고 이상하게도 예전부터 나름 이름이 널리 알려진 연주였다. 역시 유명한 아당의 지젤도 좋고, 카라얀의 전매특허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작품 연주도 여전히 훌륭하다. 데카 특유의 멋진 녹음도 좋고.. 수록곡들을 살펴보면 낱장으로는 현재 구하기 어려운, 아니 개중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 연주도 있으니 충분히 가치가 있다. 리마스터링 표시가 없지만 위의 경우 처럼 음질면에서 전혀 아쉬울 것이 없다.


CD1 :  브람스 교향곡 제1번 / 하이든 교향곡 제103번
CD2 : 하이든 교향곡 제104번 '런던' / 브람스 비극적 서곡, 교향곡 제3번
CD3 : 모차르트 교향곡 제40&41번 / 차이코프스키 환상서곡 '로미와 줄리엣'
CD4 : 베토벤 교향곡 제7번 / 드보르작 교향곡 제8번
CD5 : 차이코프스키 3대 발레 모음곡
CD6 : 아당 발레 모음곡 '지젤'
CD7 : 그리그 페르귄트 모음곡 / 홀스트 관현악 모음곡 '행성'
CD8 : 요한 슈트라우스 왈츠 모음집 /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교향시 '틸 오일렌슈피겔', 일곱베일의 춤
CD9 :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교향시 '돈 후안', '죽음과 변용',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