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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 그22, 23, 24 22곡 용기 (Mut) 짧지만 연가곡의 끝무렵에 돌연 등장한 다소나마 전투적인 노래. 계속해서 힘든 상황이 이어지는데 마냥 그런 식으로 진행되기만 해서는 곤란하니까 음악적으로 균형을 잡아주기 위해 각 곡의 조성이나 템포 등도 면밀하게 생각해서 배치한 것이다. 노래는 짧은데 이번 장에서는 이런 저런 이야기가 많이 펼쳐진다. 가사에 '세상에 신이 없다면 우리가 바로 신이야!'라는 대목 때문. 바로 '신은 죽었다'는 니체의 문장 인용으로 시작한다. 이어서 슈베르트가 성장한 종교적 환경을 짚어보면서 자연스레 그가 남긴 종교 음악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짧은 생의 기간 동안 6곡이나 미사곡을 작곡한 것을 보면 슈베르트는 베토벤과 달리 하이든과 모차르트 처럼 보다 전통적인 오스트리아 음악가들의 활동 경향과 비슷.. 2017. 6. 25.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 그20, 21 20곡 이정표 (Der Wegweiser) 조심스럽지만 분명히 나아가는 느낌의 음악. 보스트리지가 지적하고 있듯이, 맨 첫곡 '밤 인사'와 걸음걸이 같은 느낌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내용적으로는 겨울 나그네 이야기 전체가 어디론가 가고 있는 과정 속 이야기이기에 당연한 것이겠지만, 이 곡은 길을 가다가 마주친 이정표에 대한 것으로 음악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어디론가 계속 움직이는 느낌이 강하다. 다만, 가고는 있어도 마지막에 힘없이 반복하는 것처럼,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곡 초반에는 다소나마 힘과 의지가 느껴졌지만 마지막의 힘없는 마무리에서는 체념한 듯하다. 이제, 이 대목에서 실제로 투병중이었던 슈베르트의 심정이 묻어난다. 하지만, 너무 빠르지 않은가? 연구자들이 추측하건대, 2.. 2017. 6. 20.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 그16, 17, 18, 19 16곡 마지막 희망 (Letzte Hoffnung) 방랑끝에 죽음의 냄새를 맡고 까마귀가 따라오더니 이제는 흔들거리는 나뭇잎에 마지막 희망을 걸어본다. 음악적으로 아주 대담한 곡이라고 생각되는데, 처음 부터 끝까지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피아노의 독특한 음형이 그러한 인상을 강하게 심어준다. 비틀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나뭇가지에서 바람에 흔들려 곧 떨어질 것 같은 나뭇잎의 모습 같기도 하다. 스트라빈스키의 계속해서 변화하는 리듬과도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시대를 앞서간 음악으로 겨울 나그네의 엄청난 음악적 깊이를 새삼 깨닫는다. 언제 들어도 놀랍고, 새로운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 음악이다. 17곡 마을에서 (Im Dorfe) 내가 듣기에는 어슬렁거리는 느낌이랄까? 혹은 가사 속 내용 처럼 온 마을이 잠들어 .. 2017. 6. 19.
필립 헤레베헤 & 샹젤리제 오케스트라 (2017.6.17.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베토벤 : 교향곡 제5번 c단조 op.67인터미션베토벤 : 교향곡 제7번 A장조 op.92앙코르베토벤 : 교향곡 제4번 Bb장조 op.60 중 4악장베토벤 : 교향곡 제4번 Bb장조 op.60 중 3악장 시대악기 오케스트라 개인적으로 시대악기에 의한 혹은 그와 절충적인 형태의 오케스트라 연주 녹음을 좋아하는 편인데 실제로 들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휘자 필립 헤레베헤(Philippe Herreweghe, 1947~)에 대해서는 그의 해석에 늘, 온전히, 전적으로 그의 해석에 공감한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좋아하는 편이 더 크긴 했다. 그래서 아주 큰 기대는 안했지만 크게 실망도 하지 않을 것 같고 시대악기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실연으로 처음 접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어 예매했다. 연주회에 가서 .. 2017. 6. 18.
RX-178 Gundam MK II - A.E.U.G ( PG ) 폴딩스튜디오 지금까지 HG, RG, MG를 포스팅했는데, 드디어 대망의 PG(Perfect Grade)를 올린다. 덩치가 워낙 큰 녀석이라 사진 찍기도 쉽지 않아서 그동안 포스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동안 배경촬영에 사용했던 것은 Foldio 포터블 스튜디오였는데, MG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은데 PG는 좀 곤란했다. 사실 MG도 포즈 취하기가 아주 여유로운 편은 아니었다. 이리저리 적당한 배경을 알아보던 중 간편하게 종이로 접었다 폈다 하면서 사용할 수 있는 폴딩스튜디오사 제품을 찾았다.(폴딩스페이스 메카닉 행거 2) 이왕이면 큰 PG를 넉넉하게 품을 수 있도록 2개 주문했는데 세워보니 아주 여유로워서 대만족이다. (http://www.foldingstudio.com) 전형적인 격납고 배경이어서 건담을 세.. 2017. 6. 15.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 그13, 14, 15 13곡 우편마차 (Die Post) 앞서 슈베르트가 처음에는 전체 시를 12개로 알고 12곡으로 만들었었다는 이야기까지 했다. 다행스럽게도 나머지 시도 곧 알게 되어서 전체 24곡으로 완성되었는데 숫자도 그렇고 작곡 배경도 그렇고 자연스럽게 12곡씩 두 부분으로 묶어볼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대해서는 예전 출판 악보에는 판본에 따라 아예 1부, 2부라고 표기가 되어 있었다고 한다. 보스트리지 자신도 12곡까지 부른 다음 잠시 틈을 주고 넘어가기도 했다고 하는데, 함께 공연했던 피아니스트 안스네스가 피아니스트로서 이렇게 긴 시간 앉아서 연주한 곡이 없다고 말한 일화도 전한다. 생각해 보니 그렇긴 하다. 협주곡이나 독주곡, 실내악 레퍼터리 중 어지간해서 피아니스트가 70여분 동안 내내 앉아서 연주하는 곡은 .. 2017. 6. 14.
쇼스타코비치, 첼로 협주곡 제1번 op.107 첼로 콩쿨, 그2 앞서 퀸 엘리자베스 콩쿨 준결선 곡 관련 하이든 첼로 협주곡에 대해 포스팅했었다. 이제 결선곡이 남아 있는데, 오케스트라와 협연으로 연주하고 프로그램은 지정곡인 현대곡 1곡에 자신이 선택한 협주곡 1곡으로 구성된다. 이번에 연주자들이 선택한 곡들을 보면 슈만, 드보르작, 쇼스타코비치가 눈에 들어온다. 특히 쇼스타코비치를 많이들 선택하는 것을 보니 어느새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협주곡이 요즘의 트렌드가 되었구나 싶었다. 한 번의 연주로 평가받아야 하는 콩쿨의 특성상 어쩐지 슈만은 너무 어렵고 효과적이지도 않아 보인다. 보통 내공이 아니고서는 성공하기 어려울 것 같고, 드보르작이야말로 일반적인 인기로 따지자면 첼로 협주곡의 정상에 우뚝 선 곡이지만 콩쿨에서 연주하기에는 왠지(이건 전적으로 내 .. 2017. 6. 13.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 그11, 12 11곡 봄의 꿈 (Frühlingstraum) 이 곡의 첫 머리 피아노 전주는 늘 들을 때 마다 소박하고 귀에 익은 선율이 친숙하게 들려오는 동시에 노래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가슴이 아련해진다. 봄날의 꿈처럼 현실이 그러했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음을 알기에 봄날의 꿈이라는 상황자체가 지독한 역설인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가슴이 아프다. 이 장에서는 우선 노래의 구조를 보여준다. 1~6절로 구성되어 있으며 1~3절, 4~6절의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음악이 반복되는 구성으로, 꿈을 꾸는 1절과 4절은 그래서 다른 가사 같은 선율로 이루어진다. 2절과 5절은 닭이 울며 달콤한 꿈을 깨 버린다. 3절과 6절은 각각 마무리로서 특히 마지막 6절은 씁쓸하기 그지없다. 가사를 보며 설명을 읽으니 .. 2017. 6. 12.
RX-0 Unicorn Gundam 02 Banshee Norn (MG, Unicorn Mode) 유니콘 건담 밴시 노른 유니콘 모드 밴시 '노른' 유니콘 건담 시리즈 최대의 수혜자는 물론 1차적으로는 주인공 기체인 유니콘 건담이지만 건프라 제작사인 반다이 입장에서는 어쩐지 밴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곤 한다. 하얀색 유니콘의 색깔만 뒤집고 약간만 손 봐서 간단히 만들어낸 것이 유니콘 2호기 '밴시'이고, 다음 단계로 또 살짝 모양을 바꿔서 밴시 '노른'이라는 것을 만들어 냈으니 흔히들 말하는대로 사골국물도 이런 사골국물이 따로 없구나 싶다. 좀 어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결국은 다 사게 되니 놀라운 상술이다. '밴시'가 아일랜드 민화에서 따온 이름이라면 '노른'은 북유럽 신화 내지는 바그너 오페라에 등장하는 이름이다. '노른(Norn)'은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운명의 여신인데, 건프라를 하면서 바그너 오페라도 좋아하는 사람이 몇이나 .. 2017. 6.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