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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 그9, 10 9곡 도깨비불 (Irrlicht) 9곡에 대한 설명도 비교적 짧은 편이다. 이 곡에 대해서는 악보를 통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제목인 '도깨비불'이라는 현상에 대한 슈베르트 당시의 학구적인 연구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계속해서 읽어 나갈 때마다 놀라움의 연속인데, 하다하다 '도깨비불'이라는 얼핏 초자연적으로 보이는 현상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 근대에 이르러 많은 연구자들이 도깨비불이라는 현상을 과학적으로 밝혀내기 위해 노력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이야기 또한 과연 이걸 알아서 무슨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읽는 동안은 분명, 흥미진진하다. 이 곡의 첫 시작은 기묘한 두 개의 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게 어디선가 다른 곡에서도 들어 본 느낌이 든다. 어디서 비슷한 걸 들었을까 한참을 .. 2017. 6. 10.
하이든, 첼로 협주곡 퀸 엘리자베스 콩쿨 얼마 전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쿨이 끝났다. 원래는 이자이를 기리기 위한 이자이 콩쿨로 시작했던 것이라, 바이올린 분야가 가장 유명한데 올 해 처음으로 첼로 부문을 시작했다고 한다. 예선에 오른 지원자들의 영상이 올라오기 때문에 바이올린 부문 때도 흥미진진하게 보면서 누가 우승할까 점쳐 보며 내 나름대로 맘에 드는 연주자를 응원하기도 했었다. 유투브에 올라와 있는 과거 60년대 영상을 보면 당시엔 심사위원단이 정말 어마무시했다. 오이스트라흐, 메뉴힌, 그뤼미오 같은 사람들이 심사위원석에 주욱 앉아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장관이었다. 그러고 보면 요즘은 확실히 거장의 시대는 진작 끝나버린 것 같다. 중량감이라는 차원에서 비교불가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이번 첼로 콩쿨은 첼로 분야 첫 .. 2017. 6. 7.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 그6, 7, 8 6곡 넘쳐흐르는 눈물 (Wasserflut) 한 곡 한 곡에 대한 장을 짚어가는 것도 좋지만, 독후감치고 너무 길어지고 결정적으로 포스팅에 진도가 너무 안나가는 것 같아서 슬슬 지치는 감도 있는 즈음에 6~8곡 까지는 그런대로 한 방에 묶어서 감상을 올릴 만 하다. 겨울 나그네 이외에 추가로 소개할 만한 음반 이야기가 없는 탓이기도 하다. 한글로 옮겨 놓은 제목은 정말 눈물이 주르륵 목놓아 울부짖는 것 같은데, 적어도 내가 듣기에 노래는 딱히 그렇지는 않다. 하얀 눈 위에 떨어지는 눈물. 눈이 내려 고요해진 세상 속에 소리 없이 뚝 뚝 떨어지는 눈물같은 광경. 눈이 수북하게 쌓여 조용해진 호젓한 들판위에 서서 슬픔을 머금고 관조적으로 읊조리는 듯 하다. 물론, 노래는 그런 식으로 읊조리면서 차츰차츰 고조.. 2017. 6. 6.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 그5. 보리수 5곡 보리수 (Der Lindenbaum) 겨울나그네 중 가장 유명한 곡 '보리수'. 슈베르트가 처음 겨울 나그네를 친구들에게 들려주자 다들 이해를 못하고 그나마 '보리수' 하나 마음에 든다고 말하자 슈베르트가 이 곡 전체가 다 좋다고 대답했다는 이야기가 흔히 소개되곤 하는데, 이 책 서두에서 보스트리지는 이것을 일종의 미심쩍은 '신화'만들기로 설명한다. 발표당시 대다수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사후에야 각광받은 걸작으로 만드는 전형적인 이야기기인데, 실제 슈베르트 생전에 이미 겨울나그네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평론도 있었고 당시 슈베르트 작품들은 꽤나 인기가 높아서 연주도 자주 되고 수입도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세상에 잊혀져 비참한 생활을 한 것 같이 생각했던 것은 객관적인 근거없는 막연한 과장이었던 것이다.. 2017. 6. 3.
필립 글래스,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 협주곡 필립 글래스 미국 작곡가 필립 글래스가 1937년생이니, 올해에 80을 맞았다. 아무 생각 없었는데, 애플뮤직에 부쩍 필립 글래스 음반이 많이 올라온 걸 보고도 생각하지 못하다가 이번 31일 기돈 크레머 내한공연 프로그램에 포함된 필립 글래스의 협주곡을 찾아보다가 알게 되었다. 요즘 활동하는 현대 작곡가들에 대해서는 그리 아는 바가 없지만, 필립 글래스는 일단 알고 있다. 현대 작곡가 중에서 상업적으로도 가장 성공한 사람이니 이름 한 번쯤은 들어보았다. 오페라로도 알려져 있고, 영화음악 작업으로도 잘 알려져 있으니 클래식 음악 좀 들었다는 사람 치고 최소한 이름 한 번쯤 듣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미니멀리즘 필립 글래스의 음악 스타일을 일컬어 흔히들 '미니멀리즘'(minimalim) 음악이라고 한다.. 2017. 5. 29.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 그4. 동결 4곡 동결 (Erstarrung) 제목은 꽁꽁 얼어붙은 상태인데, 음악은 마구 불안정하게 흔들린다. 얼어붙은 현상이 아니라 얼어붙은 대지와 마음 속 깊이 들어앉은 과거의 추억을 집요하게 파헤치고자 불안정하게 헤매이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하얗게 뒤덮인 눈밭, 시간이 흘러 꽁꽁 얼어붙은 눈밭에서 추억을 찾아 헤매인다. 꽁꽁 얼어붙은 눈밭은 실제 펼쳐진 물리적 장소인 동시에 시어에서 묘사하듯, 꽁꽁 얼어붙은 마음 속이기도 하다. 1~3곡을 지나 지금까지 곡 중에서 가장 격정적인 곡인데, 뭐랄까 듣는 입장에서는 화자의 가슴 저미는 상황이 완전 연소되지 않은 답답함이 남는다. 하긴, 무엇하나 시원스럽게 해소되어버린다면 겨울 나그네의 이야기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3분 남짓 이어지는 가운데 시종일관 불.. 2017. 5. 28.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 그3. 얼어붙은 눈물 3곡 얼어붙은 눈물 (Gefrone Tränen) 눈에서 뚝 뚝 떨어지는 눈물이 알알이 얼어붙는 형상을 눈앞에서 보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게 하는 전주로 시작한다. 3곡에 대한 이야기는 제목을 구성하고 있는 단어인 눈물과 얼어붙음으로부터 뻗어나간다. 추위, 겨울, 전쟁 노래 속 주인공은 겨울에 길을 떠나는 상황이니 추위 때문에 눈물이 얼어붙는 상황은 정황상 자연스럽다. 그로부터 보스트리지는 본인이 추운 겨울 러시아에 가서 겨울 나그네를 공연한 이야기와 함께 겨울과 러시아에 얽힌 전쟁과 슈베르트 시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한데 버무린다. 다양한 시대적 배경이지만 전체를 하나로 묶는 주제를 잘 유지하고 있어서 잡다하게 느껴지지 않고 흥미진진하다. 그래, 글은 이렇게 써야 하는 것이다. 러시아 공연에 대해 언급.. 2017. 5. 27.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 그2. 풍향기 2곡 풍향기 (Wetterfahne) 터덜터덜 수많은 사연을 품고 걸어가는 1곡에 이어지는 2곡은 바람의 방향을 알려주는 풍향기. 바람을 맞아 덜그럭 거리는 듯한 돌발적인 음형으로 시작한다. 음악의 흐름도 마음 속을 뒤흔드는 바람이 부는 듯 불안하고 격정적이다. 2곡의 해설 내용도 이전까지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슈베르트와 여성들과의 관계에 대한 것이 바로 그것. 프랑스 혁명의 반동으로 개혁은 물건너가고 억압적인 메테르니히 정권하의 오스트리아에서는 남자가 결혼을 하려면 가족을 부양할 능력이 있는지 국가의 승인을 받아야 결혼이 가능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었다고 한다. 그것 때문에 남자들은 대부분 서른살을 넘겨 결혼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심지어 슈베르트의 맏형은 쉰한 살에야 결혼했다고. 오늘.. 2017. 5. 26.
RX-0 Unicorn Gundam (MG, Destroy Mode) 유니콘 건담 - 디스트로이 모드 디스트로이 모드 지난 번에 포스팅했던 것 처럼, MG 유니콘은 이래저래 아쉬운 점들이 많아서 프로포션을 조정하고 변신을 포기해서 유니콘 모드 고정으로 만들어 주었다. 마찬가지로, 디스트로이모드 또한 프로포션을 조정하고 디스트로이모드 고정으로 하나 더 만들었다. 같은 걸 두 개 만드는것이 쉬운 듯 하면서도 심리적으로 살짝 지루해져서 힘들기도 했지만, 결과물을 보니 고생한 보람은 있다. 2017/05/02 - [Note/figure] - RX-0 Unicorn Gundam (MG, Unicorn Mode) 유니콘 건담 - 유니콘 모드 프로포션, 데칼, 부분도색 MG유니콘의 디스트로이 모드 변신시 다리가 너무 길어지는 문제는 보기 나름이겠지만, 어쨌든 불균형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고, 내 눈에.. 2017. 5.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