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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222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 그13, 14, 15 13곡 우편마차 (Die Post) 앞서 슈베르트가 처음에는 전체 시를 12개로 알고 12곡으로 만들었었다는 이야기까지 했다. 다행스럽게도 나머지 시도 곧 알게 되어서 전체 24곡으로 완성되었는데 숫자도 그렇고 작곡 배경도 그렇고 자연스럽게 12곡씩 두 부분으로 묶어볼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대해서는 예전 출판 악보에는 판본에 따라 아예 1부, 2부라고 표기가 되어 있었다고 한다. 보스트리지 자신도 12곡까지 부른 다음 잠시 틈을 주고 넘어가기도 했다고 하는데, 함께 공연했던 피아니스트 안스네스가 피아니스트로서 이렇게 긴 시간 앉아서 연주한 곡이 없다고 말한 일화도 전한다. 생각해 보니 그렇긴 하다. 협주곡이나 독주곡, 실내악 레퍼터리 중 어지간해서 피아니스트가 70여분 동안 내내 앉아서 연주하는 곡은 .. 2017. 6. 14.
쇼스타코비치, 첼로 협주곡 제1번 op.107 첼로 콩쿨, 그2 앞서 퀸 엘리자베스 콩쿨 준결선 곡 관련 하이든 첼로 협주곡에 대해 포스팅했었다. 이제 결선곡이 남아 있는데, 오케스트라와 협연으로 연주하고 프로그램은 지정곡인 현대곡 1곡에 자신이 선택한 협주곡 1곡으로 구성된다. 이번에 연주자들이 선택한 곡들을 보면 슈만, 드보르작, 쇼스타코비치가 눈에 들어온다. 특히 쇼스타코비치를 많이들 선택하는 것을 보니 어느새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협주곡이 요즘의 트렌드가 되었구나 싶었다. 한 번의 연주로 평가받아야 하는 콩쿨의 특성상 어쩐지 슈만은 너무 어렵고 효과적이지도 않아 보인다. 보통 내공이 아니고서는 성공하기 어려울 것 같고, 드보르작이야말로 일반적인 인기로 따지자면 첼로 협주곡의 정상에 우뚝 선 곡이지만 콩쿨에서 연주하기에는 왠지(이건 전적으로 내 .. 2017. 6. 13.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 그11, 12 11곡 봄의 꿈 (Frühlingstraum) 이 곡의 첫 머리 피아노 전주는 늘 들을 때 마다 소박하고 귀에 익은 선율이 친숙하게 들려오는 동시에 노래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가슴이 아련해진다. 봄날의 꿈처럼 현실이 그러했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음을 알기에 봄날의 꿈이라는 상황자체가 지독한 역설인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가슴이 아프다. 이 장에서는 우선 노래의 구조를 보여준다. 1~6절로 구성되어 있으며 1~3절, 4~6절의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음악이 반복되는 구성으로, 꿈을 꾸는 1절과 4절은 그래서 다른 가사 같은 선율로 이루어진다. 2절과 5절은 닭이 울며 달콤한 꿈을 깨 버린다. 3절과 6절은 각각 마무리로서 특히 마지막 6절은 씁쓸하기 그지없다. 가사를 보며 설명을 읽으니 .. 2017. 6. 12.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 그9, 10 9곡 도깨비불 (Irrlicht) 9곡에 대한 설명도 비교적 짧은 편이다. 이 곡에 대해서는 악보를 통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제목인 '도깨비불'이라는 현상에 대한 슈베르트 당시의 학구적인 연구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계속해서 읽어 나갈 때마다 놀라움의 연속인데, 하다하다 '도깨비불'이라는 얼핏 초자연적으로 보이는 현상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 근대에 이르러 많은 연구자들이 도깨비불이라는 현상을 과학적으로 밝혀내기 위해 노력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이야기 또한 과연 이걸 알아서 무슨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읽는 동안은 분명, 흥미진진하다. 이 곡의 첫 시작은 기묘한 두 개의 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게 어디선가 다른 곡에서도 들어 본 느낌이 든다. 어디서 비슷한 걸 들었을까 한참을 .. 2017. 6. 10.
하이든, 첼로 협주곡 퀸 엘리자베스 콩쿨 얼마 전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쿨이 끝났다. 원래는 이자이를 기리기 위한 이자이 콩쿨로 시작했던 것이라, 바이올린 분야가 가장 유명한데 올 해 처음으로 첼로 부문을 시작했다고 한다. 예선에 오른 지원자들의 영상이 올라오기 때문에 바이올린 부문 때도 흥미진진하게 보면서 누가 우승할까 점쳐 보며 내 나름대로 맘에 드는 연주자를 응원하기도 했었다. 유투브에 올라와 있는 과거 60년대 영상을 보면 당시엔 심사위원단이 정말 어마무시했다. 오이스트라흐, 메뉴힌, 그뤼미오 같은 사람들이 심사위원석에 주욱 앉아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장관이었다. 그러고 보면 요즘은 확실히 거장의 시대는 진작 끝나버린 것 같다. 중량감이라는 차원에서 비교불가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이번 첼로 콩쿨은 첼로 분야 첫 .. 2017. 6. 7.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 그6, 7, 8 6곡 넘쳐흐르는 눈물 (Wasserflut) 한 곡 한 곡에 대한 장을 짚어가는 것도 좋지만, 독후감치고 너무 길어지고 결정적으로 포스팅에 진도가 너무 안나가는 것 같아서 슬슬 지치는 감도 있는 즈음에 6~8곡 까지는 그런대로 한 방에 묶어서 감상을 올릴 만 하다. 겨울 나그네 이외에 추가로 소개할 만한 음반 이야기가 없는 탓이기도 하다. 한글로 옮겨 놓은 제목은 정말 눈물이 주르륵 목놓아 울부짖는 것 같은데, 적어도 내가 듣기에 노래는 딱히 그렇지는 않다. 하얀 눈 위에 떨어지는 눈물. 눈이 내려 고요해진 세상 속에 소리 없이 뚝 뚝 떨어지는 눈물같은 광경. 눈이 수북하게 쌓여 조용해진 호젓한 들판위에 서서 슬픔을 머금고 관조적으로 읊조리는 듯 하다. 물론, 노래는 그런 식으로 읊조리면서 차츰차츰 고조.. 2017. 6. 6.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 그5. 보리수 5곡 보리수 (Der Lindenbaum) 겨울나그네 중 가장 유명한 곡 '보리수'. 슈베르트가 처음 겨울 나그네를 친구들에게 들려주자 다들 이해를 못하고 그나마 '보리수' 하나 마음에 든다고 말하자 슈베르트가 이 곡 전체가 다 좋다고 대답했다는 이야기가 흔히 소개되곤 하는데, 이 책 서두에서 보스트리지는 이것을 일종의 미심쩍은 '신화'만들기로 설명한다. 발표당시 대다수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사후에야 각광받은 걸작으로 만드는 전형적인 이야기기인데, 실제 슈베르트 생전에 이미 겨울나그네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평론도 있었고 당시 슈베르트 작품들은 꽤나 인기가 높아서 연주도 자주 되고 수입도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세상에 잊혀져 비참한 생활을 한 것 같이 생각했던 것은 객관적인 근거없는 막연한 과장이었던 것이다.. 2017. 6. 3.
필립 글래스,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 협주곡 필립 글래스 미국 작곡가 필립 글래스가 1937년생이니, 올해에 80을 맞았다. 아무 생각 없었는데, 애플뮤직에 부쩍 필립 글래스 음반이 많이 올라온 걸 보고도 생각하지 못하다가 이번 31일 기돈 크레머 내한공연 프로그램에 포함된 필립 글래스의 협주곡을 찾아보다가 알게 되었다. 요즘 활동하는 현대 작곡가들에 대해서는 그리 아는 바가 없지만, 필립 글래스는 일단 알고 있다. 현대 작곡가 중에서 상업적으로도 가장 성공한 사람이니 이름 한 번쯤은 들어보았다. 오페라로도 알려져 있고, 영화음악 작업으로도 잘 알려져 있으니 클래식 음악 좀 들었다는 사람 치고 최소한 이름 한 번쯤 듣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미니멀리즘 필립 글래스의 음악 스타일을 일컬어 흔히들 '미니멀리즘'(minimalim) 음악이라고 한다.. 2017. 5. 29.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 그4. 동결 4곡 동결 (Erstarrung) 제목은 꽁꽁 얼어붙은 상태인데, 음악은 마구 불안정하게 흔들린다. 얼어붙은 현상이 아니라 얼어붙은 대지와 마음 속 깊이 들어앉은 과거의 추억을 집요하게 파헤치고자 불안정하게 헤매이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하얗게 뒤덮인 눈밭, 시간이 흘러 꽁꽁 얼어붙은 눈밭에서 추억을 찾아 헤매인다. 꽁꽁 얼어붙은 눈밭은 실제 펼쳐진 물리적 장소인 동시에 시어에서 묘사하듯, 꽁꽁 얼어붙은 마음 속이기도 하다. 1~3곡을 지나 지금까지 곡 중에서 가장 격정적인 곡인데, 뭐랄까 듣는 입장에서는 화자의 가슴 저미는 상황이 완전 연소되지 않은 답답함이 남는다. 하긴, 무엇하나 시원스럽게 해소되어버린다면 겨울 나그네의 이야기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3분 남짓 이어지는 가운데 시종일관 불.. 2017. 5.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