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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music note140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 그6, 7, 8 6곡 넘쳐흐르는 눈물 (Wasserflut) 한 곡 한 곡에 대한 장을 짚어가는 것도 좋지만, 독후감치고 너무 길어지고 결정적으로 포스팅에 진도가 너무 안나가는 것 같아서 슬슬 지치는 감도 있는 즈음에 6~8곡 까지는 그런대로 한 방에 묶어서 감상을 올릴 만 하다. 겨울 나그네 이외에 추가로 소개할 만한 음반 이야기가 없는 탓이기도 하다. 한글로 옮겨 놓은 제목은 정말 눈물이 주르륵 목놓아 울부짖는 것 같은데, 적어도 내가 듣기에 노래는 딱히 그렇지는 않다. 하얀 눈 위에 떨어지는 눈물. 눈이 내려 고요해진 세상 속에 소리 없이 뚝 뚝 떨어지는 눈물같은 광경. 눈이 수북하게 쌓여 조용해진 호젓한 들판위에 서서 슬픔을 머금고 관조적으로 읊조리는 듯 하다. 물론, 노래는 그런 식으로 읊조리면서 차츰차츰 고조.. 2017. 6. 6.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 그5. 보리수 5곡 보리수 (Der Lindenbaum) 겨울나그네 중 가장 유명한 곡 '보리수'. 슈베르트가 처음 겨울 나그네를 친구들에게 들려주자 다들 이해를 못하고 그나마 '보리수' 하나 마음에 든다고 말하자 슈베르트가 이 곡 전체가 다 좋다고 대답했다는 이야기가 흔히 소개되곤 하는데, 이 책 서두에서 보스트리지는 이것을 일종의 미심쩍은 '신화'만들기로 설명한다. 발표당시 대다수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사후에야 각광받은 걸작으로 만드는 전형적인 이야기기인데, 실제 슈베르트 생전에 이미 겨울나그네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평론도 있었고 당시 슈베르트 작품들은 꽤나 인기가 높아서 연주도 자주 되고 수입도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세상에 잊혀져 비참한 생활을 한 것 같이 생각했던 것은 객관적인 근거없는 막연한 과장이었던 것이다.. 2017. 6. 3.
필립 글래스,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 협주곡 필립 글래스 미국 작곡가 필립 글래스가 1937년생이니, 올해에 80을 맞았다. 아무 생각 없었는데, 애플뮤직에 부쩍 필립 글래스 음반이 많이 올라온 걸 보고도 생각하지 못하다가 이번 31일 기돈 크레머 내한공연 프로그램에 포함된 필립 글래스의 협주곡을 찾아보다가 알게 되었다. 요즘 활동하는 현대 작곡가들에 대해서는 그리 아는 바가 없지만, 필립 글래스는 일단 알고 있다. 현대 작곡가 중에서 상업적으로도 가장 성공한 사람이니 이름 한 번쯤은 들어보았다. 오페라로도 알려져 있고, 영화음악 작업으로도 잘 알려져 있으니 클래식 음악 좀 들었다는 사람 치고 최소한 이름 한 번쯤 듣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미니멀리즘 필립 글래스의 음악 스타일을 일컬어 흔히들 '미니멀리즘'(minimalim) 음악이라고 한다.. 2017. 5. 29.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 그4. 동결 4곡 동결 (Erstarrung) 제목은 꽁꽁 얼어붙은 상태인데, 음악은 마구 불안정하게 흔들린다. 얼어붙은 현상이 아니라 얼어붙은 대지와 마음 속 깊이 들어앉은 과거의 추억을 집요하게 파헤치고자 불안정하게 헤매이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하얗게 뒤덮인 눈밭, 시간이 흘러 꽁꽁 얼어붙은 눈밭에서 추억을 찾아 헤매인다. 꽁꽁 얼어붙은 눈밭은 실제 펼쳐진 물리적 장소인 동시에 시어에서 묘사하듯, 꽁꽁 얼어붙은 마음 속이기도 하다. 1~3곡을 지나 지금까지 곡 중에서 가장 격정적인 곡인데, 뭐랄까 듣는 입장에서는 화자의 가슴 저미는 상황이 완전 연소되지 않은 답답함이 남는다. 하긴, 무엇하나 시원스럽게 해소되어버린다면 겨울 나그네의 이야기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3분 남짓 이어지는 가운데 시종일관 불.. 2017. 5. 28.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 그3. 얼어붙은 눈물 3곡 얼어붙은 눈물 (Gefrone Tränen) 눈에서 뚝 뚝 떨어지는 눈물이 알알이 얼어붙는 형상을 눈앞에서 보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게 하는 전주로 시작한다. 3곡에 대한 이야기는 제목을 구성하고 있는 단어인 눈물과 얼어붙음으로부터 뻗어나간다. 추위, 겨울, 전쟁 노래 속 주인공은 겨울에 길을 떠나는 상황이니 추위 때문에 눈물이 얼어붙는 상황은 정황상 자연스럽다. 그로부터 보스트리지는 본인이 추운 겨울 러시아에 가서 겨울 나그네를 공연한 이야기와 함께 겨울과 러시아에 얽힌 전쟁과 슈베르트 시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한데 버무린다. 다양한 시대적 배경이지만 전체를 하나로 묶는 주제를 잘 유지하고 있어서 잡다하게 느껴지지 않고 흥미진진하다. 그래, 글은 이렇게 써야 하는 것이다. 러시아 공연에 대해 언급.. 2017. 5. 27.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 그2. 풍향기 2곡 풍향기 (Wetterfahne) 터덜터덜 수많은 사연을 품고 걸어가는 1곡에 이어지는 2곡은 바람의 방향을 알려주는 풍향기. 바람을 맞아 덜그럭 거리는 듯한 돌발적인 음형으로 시작한다. 음악의 흐름도 마음 속을 뒤흔드는 바람이 부는 듯 불안하고 격정적이다. 2곡의 해설 내용도 이전까지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슈베르트와 여성들과의 관계에 대한 것이 바로 그것. 프랑스 혁명의 반동으로 개혁은 물건너가고 억압적인 메테르니히 정권하의 오스트리아에서는 남자가 결혼을 하려면 가족을 부양할 능력이 있는지 국가의 승인을 받아야 결혼이 가능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었다고 한다. 그것 때문에 남자들은 대부분 서른살을 넘겨 결혼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심지어 슈베르트의 맏형은 쉰한 살에야 결혼했다고. 오늘.. 2017. 5. 26.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 그1. 밤 인사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이언 보스트리지 지음, 장호연 옮김바다출판사 워낙 유명한 슈베르트의 연가곡으로, 음악 좀 듣는다는 사람이라면 모를 사람이 없을 것이다. 나 역시 그야말로 '표준적인' 피셔-디스카우의 DG 음반으로 이 곡을 처음 접했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여전히 이 작품 속에서 제대로 알고 있는 곡은 몇 곡 되지 않는다. 보다 화려한 볼거리, 들을거리로 무장한 오페라에 대한 관심에 밀려 리트는 여전히 막연한 위시 리스트의 영역일 뿐이었다. 보스트리지가 쓴 책이 나온 것은 진작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서 좀 망설이고 있었다. 여전히 선뜻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영역이기에 망설이고 있었는데, 앞서 말했듯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는 슈베르트 가곡들에 대한 위시 리스트를 품고 있었기에 결국 집어들게 되었다. .. 2017. 5. 23.
apple music - 르클레르, 바이올린 협주곡집 (파비오 비온디, 에우로파 갈란테) 고즈넉한 아름다움 피곤한 일상 속에서 간혹 아무 생각없이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듣고 싶을 때가 있다. 듣는다기 보다는 그냥 흘려듣는 정도인데, 이럴 때 좋은 것이 나에게는 바로크 음악인 것 같다. 물론 이것도 그때 그때 다르긴 하다. 아무 생각없이 고즈넉한 그런 분위기에 젖고 싶은가보다. 낯선, 그러나 편안한 애플뮤직에 올라온 신보들을 둘러보다가 간만에 파비오 비온디의 음반이 하나 눈에 들어온다. 글로싸(Glossa) 레이블에서 발매된 것으로 르클레르의 바이올린 협주곡 1, 3, 4, 5번이 수록된 음반. 사실 개인적으로 르클레르의 음악을 많이 들어본 적은 없다. 음악사적으로 르클레르라면 내 기억에는 바이올린 소나타들이 먼저 떠오른다. 바이올린 음악의 선구자 중의 한 사람으로 각인된 사람. 그래서 바이올.. 2017. 5. 19.
apple music - 브루크너 교향곡 제3번 (넬손스, DG) 브루크너 교향곡 제3번 d단조 바그너탄호이저 서곡 안드리스 넬손스, 지휘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연휴기간에 마침 올라온 따끈따끈한 신보. 요즘 지휘자 넬손스의 신보가 왕성하게 올라오고 있다. DG에서 발매하고 있는 음반의 현황으로 보아서는 이제 넬손스의 시대가 본격 도래한 것 같다. 어느새 나도 넬손스의 신보에 대해 최근 몇 차례 포스팅한 적이 있다. 2017/03/17 - [Classical Music/music note] - BBC 뮤직 매거진 -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10번 / 안드리스 넬손스 (DG)2017/04/26 - [Classical Music/music note] - apple music 신보 셋 - 유로프스키, 카우프만, 넬손스 돌이켜 보면, 넬손스의 음반들에 대해 아주 딱히 긍정적으로.. 2017. 5. 6.